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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이가 손 안에서 가볍게 떨리는가 싶더니, 다음 순간 강가 짓다의 발밑으로 뜨거운 모래바람이 훅 밀려들었다. 유프라테스강의 습기 머금은 바람과는 전혀 다른, 마른 열기였다.
눈을 떠보니 저 멀리 거대한 삼각형 구조물들이 지평선 위로 솟아 있었다. 이집트였다.
강가 짓다의 은회색 머리칼은 어느새 검고 윤기 나는 단발로, 옅은 갈색 튜닉은 아마포로 짠 하얀 옷으로 바뀌어 있었다.
마치 물에 적신 종이가 새로운 모양으로 접히듯, 몸 전체가 이 땅의 방식으로 다시 빚어졌다. 다만 눈동자의 별빛만은, 사막의 뜨거운 햇살 아래에서도 변함없이 반짝였다.
"이번엔 여기는구나." 고안이 가 옆에서 중얼거렸다. 그 역시 이집트 청년의 모습으로 변해 있었지만, 목에 걸린 나침반 목걸이는 그대로였다. "저길 봐, 짓다야."

(이미지 설명: 검은 단발머리에 하얀 아마포 옷을 입은 이집트 소년 모습의 강가 짓다가 연한 하늘색 별빛 눈동자를 반짝이며 지평선의 피라미드를 바라보는 장면. 옆에는 이집트 청년 모습으로 변한 고안이 가 나침반 목걸이를 매만지며 함께 서 있고, 마을 처녀 모습의 박핑크가 은빛 줄자를 손에 쥔 채 신전 건설 현장 쪽을 가리키고 있다. 배경으로 뜨거운 모래바람과 우뚝 솟은 피라미드가 보인다.)
멀리 신전 건설 현장에서, 사람들이 거대한 돌덩이가 실린 무거운 나무 수레를 끌고 있었다. 바퀴는 통나무를 통째로 깎아 만든 두껍고 육중한 형태였다.
수레는 마치 늙은 코끼리가 진흙탕을 헤치듯, 느릿느릿 힘겹게 나아갔다. 일꾼들의 이마에는 굵은 땀방울이 마치 사막의 소나기처럼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바퀴는 있는데… 왜 저렇게 느리지?" 강가 짓다가 고개를 갸웃했다.
박핑크가 줄자를 스르륵 펼쳐 보이며 말했다. "저 바퀴, 너무 무거워. 통나무를 통째로 쓰면 튼튼하긴 해도, 무게가 만만치 않을 거야. 마치 두꺼운 겨울 이불을 여름에 덮고 뛰어다니는 것과 비슷하지."
딸깍이가 은은한 빛을 내며 반응했다. 이곳에서도 어김없이 불편함이 자라나고 있었다.
신전 건설 현장 근처, 오늘도 그가 있었다. 이곳에서는 "세넨무트"라 불리는 목수—본모습은 박 설렁설렁 이었다.
구릿빛 피부와 검은 곱슬머리는 이집트인의 짧고 단정한 검은 머리로 바뀌어 있었지만, 허리춤에 꽂힌 도구 손잡이의 나선무늬만은 여전했다.
"이 보시오들, 내가 이 무거운 바퀴를 가볍게 만들어 보이겠소!"
그는 통나무 바퀴 한가운데를 마구잡이로 파내기 시작했다. 무게를 줄이겠다는 생각은 좋았지만, 어디를 얼마나 파내야 하는지에 대한 계획은 전혀 없었다.
"자, 이 정도면 됐겠지!"
그가 구멍이 숭숭 뚫린 바퀴를 수레에 달고 힘차게 밀었다. 하지만 몇 걸음 못 가 바퀴는 힘을 이기지 못하고 저 적, 갈라지며 반으로 쪼개지고 말았다. 마치 얇은 도자기 그릇을 무거운 돌 위에 올려놓은 것처럼, 바퀴는 버티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
"으악!" 세넨무트—박설렁설렁—는 쪼개진 바퀴 조각을 손에 든 채 망연자실했다. 마치 급하게 삶은 달걀 껍데기를 까다 알맹이까지 뭉개버린 것처럼, 그의 계획도 와르르 무너지고 말았다.
지나가던 일꾼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저 친구, 오늘도 뭔가 깨뜨렸구먼!"
세넨무트는 머쓱하게 웃으며 뒤통수를 긁적였다. "흠… 무게를 줄이려면 아무 데나 파내면 안 되나 보군. 뭔가 규칙이 있는 걸까."
강가 짓다는 그 모습에 살짝 미소 지었다. 실패해도 다시 궁리하는 마음. 어느 시대, 어느 몸으로 변하든 이 사람의 본질은 늘 같았다.
이 소동은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이곳에서는 "메리트"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여인—강삐리리였다. 밝은 주황빛 곱슬머리는 이집트식으로 땋아 늘어뜨린 검은 머리로 바뀌었지만, 어깨에 멘 종 모양 가방만은 그대로 딸랑거렸다.
"글쎄, 세넨무트가 신전에 바칠 신성한 바퀴를 산산조각 냈다지 뭐야!"
"뭐? 신성한 바퀴라고?"
"그렇다니까! 파라오께서 불같이 화내셨다는 소문이야!"
작은 소동이 입에서 입으로 옮겨갈 때마다 눈덩이처럼 부풀어 올랐다. 어느새 "파라오의 진노를 산 대사건"으로 둔갑해 있었다.

(이미지 설명: 이집트식으로 검은 머리를 땋아 늘어뜨리고 하얀 아마포 옷을 입은 여인 메리트(강삐리리)가 어깨에 멘 종 모양 가방을 흔들며 신이 나서 손짓 발짓으로 소문을 부풀리는 장면. 초록빛 도는 갈색 눈이 반짝이고 입을 크게 벌리고 말하는 표정. 주변 일꾼들이 놀란 얼굴로 모여 있다. 뒤편으로 쪼개진 바퀴와 신전 건설 현장이 보인다.)
이 소문은 결국 한 남자의 귀에도 들어갔다. 이곳에서는 "카엠와셋"이라 불리는 감독관—등 돌리였다.
각진 체형과 검은 스트레이트 머리는 이집트 관리의 짧은 가발과 의복으로 바뀌어 있었지만, 손에 쥔 설계도 두루마리만은 그대로였다.
"흥, 세넨무트가 실수를 했다고? 잘됐군. 이번엔 내가 먼저 파라오께 인정받을 바퀴를 만들어 보이겠어."
그는 서둘러 자신의 작업장으로 향했다. 순수한 호기심보다 앞서고 싶은 조급함이 그의 발걸음을 재촉했다. 마치 활시위를 팽팽하게 당긴 것처럼, 그의 마음속엔 오직 "누구보다 먼저"라는 생각뿐이었다.
작업장 문을 열어젖히며 그는 낮게 중얼거렸다. "이번엔 절대 실수하지 않는다. 완벽한 것을 만들어야 해."
그때, 마치 신기루가 문득 나타나듯, 노란빛 곱슬머리 소년이 불쑥 튀어나왔다. 이곳에서는 "라모세"라 불리는 아이—박도박이, 깜짝깜짝 이였다.
"짠! 놀라지 마시게!"
세넨무트가 화들짝 놀랐다. "너, 넌 또 어디서 나타난 거냐?!"
"방금 파라오의 서기관들이 하는 얘기를 슬쩍 들었는데 말이야, " 라모세—박도박이—가 이마의 별 모양 점을 톡톡 두드리며 씩 웃었다.
"다음 보름달이 뜨는 날, 새 신전에 쓸 가장 빠르고 가벼운 수레를 만드는 자에게 큰 상을 내리신다지 뭐야!"
"뭐, 뭐라고?!" 세넨무트의 눈이 커졌다.
"짠, 좋은 소식일까 나쁜 소식일까? 그건 나도 몰라!" 박도 박이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순식간에 모래바람 속으로 사라졌다.
세넨무트는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번엔 정말 제대로 알아봐야겠어. 무게를 줄이는 진짜 방법을."
강가짓다와 고안이, 박핑크는 신전 서기관들의 기록 보관소로 향했다. 파피루스 두루마리가 가득한 이곳에서, 고안이 가 오래된 기록 하나를 조심스레 펼쳤다.
"짓다야, 이걸 봐. 이 지역 기록에 따르면, 통나무를 통째로 쓰는 대신, 가운데는 비우고 가느다란 막대들을 방사형으로 이어 붙이는 방법을 궁리한 사람들이 있었다는 거야."
"방사형으로 막대를 잇는다고?"
"응. 마치 태양의 빛줄기가 사방으로 뻗어나가듯, 중심에서 바깥 테두리까지 여러 개의 얇은 막대—바큇살—를 이어 붙이는 거지.
이러면 무게는 훨씬 가벼워지면서도, 힘을 고르게 분산시켜서 잘 부러지지 않는다는 원리였어. 마치 거미줄이 가늘어 보여도 팽팽하게 당겨진 실들이 서로를 지탱해 웬만한 충격에는 끄떡없는 것과 비슷한 이치야."
박핑크가 줄자를 펼치며 덧붙였다. "그리고 바큇살 하나하나의 길이와 두께가 정확히 같아야 해. 하나라도 삐뚤면 바퀴 전체가 흔들리게 되니까. 마치 합창단에서 한 사람만 박자를 놓쳐도 전체 화음이 흐트러지는 것과 같은 거지."
강가 짓다의 눈이 반짝였다. 세넨무트가 놓친 게 바로 이 부분이었다. 무작정 구멍을 파낼 게 아니라, 애초에 다른 구조로 짜야했던 것이다.
"이 원리를 알려줄 수 있을까?"
가온이는 고개를 저었다. "우리가 직접 알려주는 건 안 돼. 하지만…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슬쩍 흘려줄 수는 있지."

(이미지 설명: 파피루스 두루마리가 가득한 어두운 기록 보관소 안에서, 이집트 청년 모습의 고안이 가 낡은 파피루스를 손에 들고 진지하게 설명하는 장면. 옆에서 마을 처녀 모습의 박핑크가 은빛 줄자로 방사형 구조를 그려 보이며 거들고 있고, 이집트 소년 모습의 강가 짓다가 연한 하늘색 별빛 눈동자를 반짝이며 귀 기울여 듣고 있다.)
기록 보관소 문 앞 그늘 속에서, 누군가 조용히 이들의 대화를 엿듣고 있었다. 손목에서 아주 희미한 방울 소리가 났지만, 뜨거운 모래바람에 묻혀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다음 편 예고
태양이 사방으로 빛줄기를 뻗어내듯, 세넨무트의 손끝에서도 곧 새로운 바퀴가 뻗어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과연 그는 보름달이 뜨기 전, 가볍고 튼튼한 바퀴를 완성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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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 다음 편도 궁금하지?" 라모세—박도박이—가 모래바람 사이로 다시 한번 얼굴을 내밀며 속삭였다. "구독해 두면 내가 제일 먼저 알려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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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콘텐츠는 실제 역사적 사실과 과학적 원리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창작 이야기이며, 등장인물은 모두 가상의 인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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